식물의 성
식물의 성(性)

식물의 성염색체는 동물의 성염색체 발견 이후 연구가 되었다. 그런데 식물이 더 다양하고 고등하다.
요즘 게놈(genome)분석이라고 하는 유전체 분석에서 그 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정보 수는 평균적으로 동물에 비해 식물이 훨씬 많다. 즉 식물군이 동물 군에 비해 다양한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등생물군 일수록 유전자 정보수가 많은 경향이 있는데 이 관점에서는 식물이 동물에 비해 고등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식물들이 사람들보다 더 먼저 지구에 와서 살았고 더 진화하고 더 환경에 적응했지만 이동을 못하니 인간들에게 연구의 대상 관찰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고 지구에 먼저 출현한 선배로서 생활의 지혜를 사람들이 얻는 스승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삶도, 살아가는 방법도, 생활하는 방법도, 사랑하는 방법도, 식물들에게 사람들이 배울 것이 참 많을 것 같다. 식물들이 살아가는 인내심도 창조성도 삶의 지혜도 사랑의 성 생활도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은밀하고 과학적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감성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움을 주는 물체이고 사람의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꿀을 얻기 위한 양봉과, 과일을 얻기 위한 경제 활동상의 매개물 일 것이다.
오늘은 식물의 관점에서 꽃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친구가 꽃이 예쁘다고 꽃잎을 많이 만지 길래 왜 남의 생식기를 그리 만지냐고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식물은 형태학적으로 구분하면 영양기관과 생식기관으로 나눌 수 있고, 영양기관은 생명을 이어가고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관으로 뿌리, 줄기, 잎으로 구성된다. 한 편으로 생식기관은 본인의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 주기위한 자손 번식 기관으로 꽃, 열매, 씨앗 이 기관에 포함된다.
동물은 생식기를 제외한 모든 기관이 영양기관이고 생식기관의 형태적, 기능적으로 너무나 구분이 뚜렷하여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사람들은 성으로 쾌락을 느끼고, 그리고 종족 번식에도 동반 되지만 식물은 오로지 종자 생산 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한 성생활이다. 그래서 낮에만 성생활을 하는 것일까? 혹시 또 우리 들이 모르는 꽃의 사랑은 사람보다 더한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더 행복을 느끼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동이 제한적인 식물이 유전자 전달을 위해 다양한 매개체를 이용하는데, 매개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는데 벌과 나비 같은 곤충을 매개체로 이용하는 충매화를 예로 들어 부연 설명하자면 첫 째는 꿀이라는 보상 물을 만들어 매개체가 찾아오도록 하고, 둘째는 매개체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색채와 향 그리고 형태가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자외선을 인식하는 꿀벌을 위해서, 꽃잎에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허니 가이드라는 자외선 무늬를 만들기도 하고, 밤에 활동하는 나방을 위해서는 향을 만들고 작은 곤충이 쉽게 내려앉을 수 있도록 꽃잎의 크기와 형태를 매개곤충에 알맞도록 꽃들은 변화시켜 왔다. 식물은 변화과정에서 하나의 정답을 쫒아 변화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향으로 다양하게 필요에 따라 꽃잎을 없애기도 하고, 또 필요에 따라 장식 꽃이라고 하는 여분의 가짜 꽃을 만들어 유인하기도 하는 듯 다양한 방향으로 생식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왔다. 이것이 식물이 지닌 덕목인 다양성과 상생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식물들의 성 행위가 바람에 의한 성행위이든 곤충에 의한 성행위이든 꽃가루를 맞이한 암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모두 마찬가지로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듯하다. 꽃가루 역시 주위에 끈끈한 액체를 분비하여 사랑에 성공하면 꽃가루받이가 완료된 것이고 꽃의 온도도 올라가는데 사랑의 결실이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한 듯하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사랑의 결실 온도는 높아야 효과가 있는 듯하다. 여하간 사람들도 상대방에 따라 성적 흥분 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식물들 역시 상대하는 식물 개체에 따라 흥분 도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성적으로 욕구 불만이 있으면 좋은 향기는 악취로 변하기도 한다고 한다. 강열한 향기와 색으로 매개체를 유인하던 꽃은 수정과 동시에 꽃의 향기도 잃고 빛도 잃고 꽃잎도 곧 시들어 버린다. 그러고 보면 화려한 꽃의 색깔 꽃의 모양, 특수한 아름다운 무늬, 독특한 색과 향은 식물들도 사랑의 수정을 목적으로 한 수분 매개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하나의 위대한 방법이다.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곤충들도 새들도 식물도 모두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식물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감탄과 신비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식물들의 성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놀잇 감이나 쾌락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성은 식물세계에서 건강한 씨앗을 맺을 수 없듯이 인간사회에서도 정신과 본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성은 균형을 잃게 된다. 문화적 감각이 무너지기도 하고, 몸에 병이 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식물은 하나의 꽃에 암 생식기(암술과 씨방)와 수생식기(수술과 꽃가루주머니)를 함께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꽃을 ‘양성화’ 또는 ‘암수한꽃’이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암 생식기와 수생식기 중 하나만 갖고 있는 꽃도 있다. 이를 ‘단성화’ 또는 ‘암수딴꽃’이라고 한다.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 있는 ‘암수한그루’와 암꽃과 수꽃을 따로 피우는 ‘암수딴그루’도 있다. 식물의 최종 목표는 튼실한 자식(씨앗)을 만드는 것이다. 자식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영원히 지속하기 위해서이다.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식물은 성장 과정을 거쳐 성숙 단계에 이르면 튼실한 자식을 얻기 위해 한시적으로 생식을 전담하는 생식기관 인 꽃을 만든다. 생식기관에서는 알세포(암)와 꽃가루(수)를 만드는 한편, 암수 생식세포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호 장치를 만든다. 이것이 꽃이다.
꽃이 성숙하면 꽃가루와 알세포가 만나는 꽃가루받이가 일어나고, 곧이어 꽃가루의 정핵과 알세포의 알 핵이 결합한다. 이를 ‘수정’이라고 한다. 수정은 정핵의 DNA와 알 핵 DNA의 결합으로 완성되는데, 이를 ‘수정란’이라고 한다. 수정란은 분열을 계속하여 새로운 DNA를 갖는 자식으로 태어난다.
암수 생식세포의 만남은 같은 꽃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동물이나 바람을 이용해 다른 꽃의 꽃가루와 결합함으로써 지금과는 다른 DNA를 가진 자식을 얻는 식물이 많다. 이것이 식물 자신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속씨식물의 수정은 밑씨가 씨방 속에 들어 있는 식물을 ‘속씨식물’이라고 한다. 속씨식물의 꽃은 꽃가루받이가 되면 꽃가루는 발아하여 꽃가루관이 된다. 꽃가루관은 암술대를 뚫고 들어가 밑씨주머니와 연결된다. 이때 정핵은 2개로 분열한다. 이 중 1개는 밑씨주머니 안의 알세포와, 다른 하나는 2개의 극핵과 결합한다. 이것을 ‘수정’이라고 한다. 수정된 알세포는 세포 분열을 계속하여 씨눈을 만든다. 정핵과 결합한 2개의 극핵은 3배체의 씨젖 조직을 만든다. 씨젖 조직은 양분을 저장해 두었다가 씨눈이 자랄 때 에너지를 공급한다. 씨눈과 씨젖을 만드는 두 번의 수정이 일어난다 하여 ‘중복 수정’이라고 한다. 수정 후 밑씨주머니의 바깥 부분인 주피는 씨껍질을 만들고 씨방 벽은 열매 껍질로 성숙한다.
겉씨식물의 수정은 씨방 없이 밑씨가 겉에 노출되는 식물을 ‘겉씨식물’이라고 한다. 겉씨식물의 수배우체 ‘꽃가루’가 암배우체 ‘밑씨주머니’에 해당하며, 난자가 들어 있다 이에 붙으면 발아하여 꽃가루관을 만든다. 꽃가루관이 밑씨와 연결되면 두 개의 정자가 나오는데, 이 중 하나가 밑씨 안의 알 핵과 결합하여 수정되고, 나머지 하나는 소실된다. 수정이 되면 씨앗으로 발달한다. 소나무와 은행나무 등 겉씨식물의 생식기인 꽃에서 일어난다.
혈통의 유지와 새로운 혈통의 도입은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생물은 끊임없이 자신의 혈통, 즉 유전자를 환경에 맞추는 삶을 지속해 왔다. 유전자의 변화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반드시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함으로써 지속적인 생존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식물이 유전자의 변화를 시도하는 방법이 ‘딴꽃가루받이’이다. 이와는 달리 현재의 유전자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시도는 ‘제꽃가루받이’이다. 식물 중에는 딴꽃가루받이나 제꽃가루받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두 가지 방법을 다 이용하는 식물이 있다. 유전자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환경에 잘 적응된 현재의 혈통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혈통의 유지와 위기를 대비하는 식물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암 · 수술의 길이를 다르게 수술과 암술의 길이를 달리함으로써 제꽃가루받이를 피한다.
암 · 수술의 역할 교대는 막 피어난 누리장나무의 꽃은 4개의 수술을 앞으로 곧게 내민 대신 암술은 밑으로 처져 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4개의 수술은 밑으로 처지는 반면, 암술은 앞으로 곧게 뻗는다. 하루를 사이에 두고 성적 역할을 교대로 분담함으로써 제꽃가루받이를 피한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암 · 수술의 성숙 시기 차별화는 도라지 꽃이나 초롱꽃 등 통꽃은 암술과 수술의 성숙 시기를 차별화하여 제꽃가루받이를 피한다. 가까운 혈통 사이의 교배를 피하는 식물들 참 윤리적이고 도덕적 인듯하다. 가까운 혈통 사이의 결혼은 유전적으로 열등한 2세를 낳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려 한다. 이를 ‘선천적 본능’이라 한다. 한 송이 꽃 안에 수술과 암술을 다 갖고 있어도 제꽃가루받이보다는 딴꽃가루받이를 택한다. 단순히 개체와 후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제꽃가루받이가 훨씬 용이할 뿐만 아니라 투자 에너지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일부 식물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딴꽃가루받이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자신과 다른 딴꽃의 유전자를 받아 변화무쌍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유전자를 얻기 위해서이다. 이 방법은 자신의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꽃 안에는 암수가 함께 있어 제꽃가루받이의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때문에 꽃은 알세포와 꽃가루의 성숙 시기를 차별화하여 제꽃가루받이를 막거나 암수 생식기를 완전히 분리한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를 ‘성 분리’라고 한다.
식물의 수정은 새 생명을 위한 암수 생식세포의 만남 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경쟁을 벌인다. 경쟁은 광선, 물, 공간, 무기양분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며, 옆의 경쟁자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현재의 식물은 경쟁의 산물이자 승리자이다. 하지만 승리자의 자리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느냐는 아무도 모른다. 언제라도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의 경쟁은 필사적이다.
동종 사이의 경쟁 또한 같은 장소에 동종 개체가 많이 모여 살게 되면 치열한 경쟁이 일어난다. 최초의 경쟁은 토양 속에 충분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뿌리 사이의 경쟁이며, 다음은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여 많은 광선을 받기 위한 줄기와 잎의 경쟁이다. 경쟁 중 약한 개체나 불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개체는 죽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공존이 가능할 정도가 되면 경쟁의 강도가 약해진다. 전나무 사이의 간격이나 대나무 사이의 간격이 비슷하고, 키와 굵기가 같게 되는 것은 공존이 가능할 정도의 균형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경쟁이 멈춘 것은 아니다.
동종 사이의 경쟁을 이용하는 농작물인 벼, 옥수수, 콩 등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농작물은 경쟁 관계를 적절히 조절하여 많은 생산량을 얻고 있다.
갈참나무와 소나무를 생각해보자 주변에서 볼수있는 가장 경쟁이 심각한 나무들이다.
이들의 경쟁은 광선, 물, 공간, 무기양분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소나무는 추운 곳에서 잘 자라고 빛을 많이 필요로 하는 ‘양수(陽樹)’, 참나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고 음지에서 잘 자라는 ‘음수(陰樹)’이다. 우리나라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혼생하는 산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소나무 숲에 침입한 참나무가 소나무보다 많은 산으로 바뀐 곳이 많아졌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오랜 기간에 걸친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참나무가 소나무의 생활공간을 차지한 결과이다. 이 둘 사이는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 계속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끝내는 참나무가 경쟁에 이겨 참나무 숲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래서 산속의 소나무 주변 정리를 인위적으로 좀 해주면 어떨까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늘 해보는 생각이다.
참나무도 그냥 두면 칡 덩굴 나무들이 참나무를 제압할것이고, 산불과 사람을 제외하고는 제일 무서워하는 경쟁자는 ‘칡나무’이다. 칡 나무는 기둥을 감아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덩굴식물이다. 잎이 넓고 크며 생장력이 뛰어난 콩과식물로, 생장에 필수적인 질소를 토지에 고정할 수 있어 거친 땅에서도 비료가 없어도 잘 자란다. 기둥이 될 만한 키 큰 나무가 옆에 있다면 덩굴줄기로 감고 빠르게 위로 자라 나무를 감싸고 잎을 낸다. 넓은 잎은 기둥이 되어 준 나무의 잎을 뒤덮어 광선을 막게 된다. 광선을 받을 수 없는 기둥나무의 운명은 죽음뿐이다.
여하간 사람도 동물도 새들도 곤충도 미생물도 사랑한다. 인간의 시간만이 아닌 자연의 시간 속에서 모두가 공생하고 상생하며 이른 아침 새들이 노래하듯 사람들 만의 지구가 아닌 모두가 함께 사는 좁은 지구 세상에서 허욕의 욕망을 조금더 접고 나누고 양보하고 배풀며 살아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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