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를 지나고

처서를 지나고

봄의 평화로움과 여름의 평화로움이 다르다. 여름의 평화로움이 가을의 평화로움과 다르다.
가을의 평화로움과 겨울의 평화롱움은 더 많은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 누가 뭐라해도 여름의 숲속보다 더 고요하고 편안하고 평화로운 처소는 없을 것이다. 도시는 아무리 편하게 걸어도  주변을 경계하고 위험을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또한 몸이 알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마음은 알고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봄의 희망 가운데 봄의 희망을 새들도 짐승들도 인간들도  생명체라면 가장 희망적인 선택의 계절일거라고 믿고싶다.
그러나 이제는 봄도 여름도 지나가버린 가을이다 흔히 가을의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때이다.  가을이 오면 언제나  한라산이 오르고 싶은 마음이다 1947m  오감보다는 욱감으로 땀을 흘리며 오르고 싶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도 잠시  빛의 따가움도 잠시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그래서 대부분 처서가 지나고 열흘안에 벌초를 한다.  그리고 여름에는 나무를 옮겨 심는일을 금하다가 가을이 오고 처서가 지나면 나무를 조심 스럽게 옮겨 심기도 한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이 싫다.“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또 이 무렵은 음력 7월 15일 백중()의 호미씻이[]도 끝나는 시기여서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말도 한다.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말인데, 다른 때보다 그만큼 한가한 농사철이라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다.

처서는  삶터에서 일터로, 일터에서 쉼터로, 바뀌는 초입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지런하던 벌들도 이제는 좀 눈치 코치를 보고 몸을 사려 가며 일하는듯해 보인다. 그래도 개미나, 벌보다 더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곤충이 없는듯하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닐케의 가을 詩를 읽어 보았는가?
"주여 때가 왔읍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읍니다.
해시계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어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극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성장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그리고 이때 벼는 벼가 고개를 숙일만큼 알알이 영걸어 가는계절이기도 하다.

숲만 잘 알면 사람살아가는 법을 알수있고, 벼농사만 잘지을수 있으면 천하를 얻는다고도 했다. 농사의 풍흉에 대한 농부의 관심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처서의 날씨에 대한 관심도 컸고, 이에 따른 농점()도 다양했다는 증거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고 했다.근데 금년은 처서날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큰비가 많이도 왔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하는데,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했는데 요즘 같이 많은비가 연일 쏟아져 천석이 감하였으면 올겨울도 어려운 살림살이가 더 힘들것같아 걱정이다.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만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나불거려야 하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기 때문이다. 이는 처서 무렵의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체득적()인 삶의 지혜가 반영된 말들이다. 체득적인 삶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마음과 몸의 일치성이다. 그것이 진실성이고 , 진실한 삶이 곧 진실한 의사소통이다.  가을의 문턱 처서, 잘익은 복숭아 잘익은 포도가 생각나는 계절 어린 시절 고무신에 부모님들과  "ㄱ"자 낫으로 나락베든(벼베기)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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