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사과밭

고향의 사과밭
 
고향에 잔치가 있어 시골을 다녀 왔다. 언제나 옛 추억이 그리운 고향  누렁소 논뚝에서 풀 뜯는 모습과 싱그러운 고향공기 고향 흙냄새는 퇴비가 잘 발효 되는 그런 구수한 냄새도 간을 더한다. 마을 앞 기차역에 가끔 나가 철길을 걸으면 끝이 없이 이어지는 기차레일을 보고 얼마나 가야 서울인지 얼마나 가야 부산 인지가 참으로 궁금했다. 밤하늘 북두칠성을 보고 북쪽으로 알고 발밑아래쪽이 남쪽인줄만 알았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처 지나간다. 어릴때 강가로 목욕하고,  개구리 잡던 시절, 토끼풀을 뜯어러 들로 나가든 시절에 논길, 밭길, 들길로 가다가 보면 사과 밭이있었다 지금은 과수원이라 하지만 당시는 사과 밭이고 배밭이라 불렀다.  사과 나무 배나무가 심겨진 과수원은 .철조망과 아까시아 나무로 울타리가 있어 울타리 넘어로 사과가 달린 모습만 구경만하고 몰래 하나 따 먹고 싶은 충동이 있지만 우리의 행동을 제압하는 이유중 첫째는 하나님이 보고시고 벌줄까 무서웠고, 두번째는 사과를 따먹다가 아버지 어머니가 아시면 집에서 쫓겨날까 두려웠고, 세번째는 학교 선생님이 아시면 퇴학이라도 시킬까 겁들이 났고, 네번째는 나쁜짓을 하면 벌받을까 겁이 나기도 했다. 이래저래 나쁜짓을 하면 안된다고 배운터에 침만 삼키며 착하게 살던 그런 시절이였다. 그래도 사랑하는 부모님덕분에 사과의 맛을 조금 알기에 지금도 사과를 그때 국광이란 사과를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가득하다.  요즘 사과이름은 세월과 함께 품종도 변하고 개량되어 이름도 모를 지경이다. 아는 이름이라고는 "부사" 정도이다. 그때만 해도 사과란 국광이란 사과와 홍옥이란 사과만 있는 줄 알았다 그냥 사과다. 당시만 해도 국광사과는 그냥 국광이라했다 그리고 그냥 홍옥이라했다. 두개의 이름만 기억이 난다. 어릴때 그렇게도 크다란 성곽 같든 사과나무밭이 이제는 조그만 한 밭에 오십주 100주가 될까싶다.
어릴때 보던 사과나무밭 배밭은 이제 그 옛날 주인이 연세가 많아 아들집으로 이사를 가셨다고 한다. 그 과수원의 사과 나무도 배나무도 나이가 많아 이제는 사과도 배도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뽑아내어 버리자니 그 일도 힘이들고 돈이 든단다. 요즘은 농사를 지을 사람도 적어 그 옛날 웅장했던 울타리가 성곽같던 사과밭이 풀밭이 되고 밀림이 되어 가는 듯해 보였다.
철조망도 삭고 아까시아 나무도 나이가 들어 고목이 되었다.이제는 사과나무밭이 아니라 참나무 아까시아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까지도 사과밭을 침범한 침략군이 되어 그동안 살고 싶었던 땅을  찾은 나무들이 자기의 터전으로 만들려고 묵시적으로 투쟁을 하고 있는지 사람이 보기에 평화 로워 보이는듯 하지만 나무들끼리는 죽음을 무럽쓴 전투이고 싸움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보기에는 최소한 사과밭울타리는 점령을 당하여 허물어지고 사과밭 울타리 안까지 침범한 아까시아 나무들과 단풍나무 참나무들이 협상 중 인듯하다. 사과나무가 벌써 항복하고 패배를 선언한 듯하고,  그냥 내쫒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운명하기를 바라는 패배자의 모습으로 보여 조금은 서글퍼 진다. 한때는 사과나무 이외는 잡초하나 얼씬도 못하던 그런 깨끗한 사과나무들만의 왕국이였을 텐데 말이다.
주인이 없는 사과 나무밭이 이리도 처참할까? 하는 생각이다. 사과나무는 가만히 보니 옆으로 가지를 뽑아내지도 못하고, 몸통에서 손과 팔을 들고 항복하는 모습이다. 하늘로만 가지를 뽑고 옆으로는 가지를 낼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그래도 도울 사람도 없다. 이제는 혼자서 운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햇볕이라도 볼수가 있다. 몇년을 이렇게 지나면 햇볕도 못볼 운명이고 그러면 그때는 자기의 자리를 아까시아나무와 물푸레나무 참나무등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 형편이고 또다시 사과나무 자리를 놓고 점령군들끼리 또 싸움을 하리라 본다.. 단풍나무 씨앗은 어찌 이곳까지 왔는지도 궁금하다 아무리 날개를 달고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지만 어디 엔가 첩자로 숨은 단풍나무가 있었는가보다. 지금도 단풍나무는 새싹과 어린 나무들이 하늘을 보고 소복히 자라고 있다. 이렇게 하늘만 보며 자라는 저들도 어릴때는 사이좋게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서로 친구가 되지만 조금만 더 크면 저들 단풍나무도 서로의 영역과 먹이를 위해 치열한 싸움이 늘어 날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약육강식의 혈투는 더 할 것이고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서로서로 경쟁은 더 치열 할 것이다
몇그루의 물푸레 나무는 벌써 다 익은 씨앗을 시집장가 보내고 아직도 시집장가 가지 못한 놈들은 새들이 배불리 먹을 양식으로 사용 될 운명이다. 그래도 살아날 놈들은 어디에선가 덜 소화된 씨앗으로  또 어느 지역에선가 새싹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 갈 것이다.
60년 70년이된  사과나무는 그동안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을텐데 사람들에 의하여 좋은 과일 생산 하느라 고생만 하고 자기들의 운명이 사람손에서 고생만 한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말없이 이제는 머지않아  평생을 살아온 자리를 단풍나무 아까시아나무 물푸레 나무 참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어 놓아야 한다. 영원히 살것처럼 노력하고 평생을 행복하게 살리라  열심히 살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그 나무들의 위로를 받으며 퇴장할 준비도 해야 할 것이다.
조금 더 나무처럼 신선하고, 나무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배풀면서, 나무처럼 공해없이 살다가 나무처럼 자기의 일생을 남기면서 모두가 그리워하고 모두가 고마워하고 모두가 곁에 두고 싶어하는 삶을 살아보자 얼마나 우리가 산다는 것이 참 멋지고 행복한 일인가. 산다는 것은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게 더 줄겁게 언제나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면서 아름다운 미소로 퇴장하는 날 까지 현역으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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