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뭇잎

가을 나뭇잎
2016년10월
나무꾼의 지방조경 공사로 출장이다. 산천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름다운광경에 감탄사가 나온다. 그것도 잠시 비가오는 가을날 낙엽되어 떨어지는 모습은 내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한때는 그렇게도 푸르고 싱싱한 잎으로 영원 할것 같든 나뭇잎이 어느새 단풍이 들고 가을비에 나무는 떨켜로 나뭇 잎을 떨어트리고 만다. 나뭇잎이 나무를 위해 할 일을 다하고 퇴장한다 떨어지는 낙엽이 마치 무대위에 화려하게 나타나 아름다운 선율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멋진 모습을 다하고 퇴장하는 배우같다.
이른봄 어린 새싹이 자라 잎으로 자라며 탄소동화작용으로 양분을 만들고, 기공으로 숨을 쉬고, 태양으로부터 얻어낸 양분을 빨아들이며, 체내에 필요한 줄기와 가지와 뿌리까지 든든히 배를 체우게 하고 먹고난 성분을 배설하고, 주변 경쟁자를 공격하는 독물질까지 분사하는 일을 도맡아 하였다.
그 성분은 동물에게 사람에게 유용한 산소이고 음이온이고 향기이자 피톤치드이고 그런 물질속에 세로토닌이란 물질까지 분사하여 인간의 마음가지 평온하게 하는 나무이고 나무의 잎이고 그 잎이 나무의 입이기도 하다. 이런 봄부터 늦가을까지 햇빛에 얼굴을 내밀고 나무의 입도, 코도, 귀도, 최선을 다했다. 사람들은 비타민 D를 얻기위해 하루 20분이상 햇빛을 보면 좋다기에 일광욕을 멋으로 건강을 위하여 하지만 나무들은 먹고 살기위해 다음세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상인 듯하다. 사람들은 강한 여름 햇볕에는 조금이라도 피부를 보호한답시고 썬크림을 하루에도 몇 번을 바른다. 그러나 나무들은 햇볓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더 많은 탄소 동화작용을 더하여 영양분을 섭취하기에도 바쁘다 그러나 나무라고 한여름 더위를 좋아만 할 수는 없다 나무도 34도~ 36도가 넘어면 사람이 힘들듯 나무도 더위를 이길 힘이 든다. 나무도 어린나무는 우리들의 아이처럼 온도에 예민하다.
나무도 성장한 나무들은 우리 어른들처럼 온도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
이것이 환경 적응이고 환경에 대응하기위한 진화인지도 모른다.
코가 동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물에도 코가 있다. 동물은 코가 한 군데있지만 식물은 뿌리와 잎, 그리고 줄기 등에 수없이 많다. 가장 주도적인 코의 역할은 잎에서 한다.
그만큼 움직이고 이동을 하지 못하기에 이리도 많은 진화를 했는지도 모를일이다. 식물에게 광합성은 스스로 밥을 만드는 단 한 가지 방법이다.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 식물 자신은 물론 동물도 식물없이는 살 수가 없다. 광합성은 햇빛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인간이 먹는 음식물 즉 탄수화물을 만드는 과정인데 코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이산화탄소가 코를 통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식물에게 코는 기공(stomata, 숨구멍)이다. 그리스어로 '입(mouth)'이라는 뜻인데 공기뿐만 아니라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입 역할도 한다. 기공은 잎의 앞뒤에 다 있지만 주로 뒤에 있는데 1cm2에 무려 1만 개부터 8만 개까지 있다.대단한 역할이다.기공을 통해 참나무 허리굵기가 약20cm이상인 한 그루가 한 계절 동안 뿜어내는 물의 양은 100톤이 넘고, 1km2 넓이의 너도밤나무 숲에서 매일 최대 500톤의 물을 공중으로 배출한다. 숲에 들어서면 축축하고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무의 이런 수분 배출 덕분이다. 선풍기가 에어콘이 이만한 나무의 역할을 할까? 사람들이 나무에 대하여 몰라도 이 부분만은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공기를 맑게하는 먼지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한다는 아주 상식적인 것만이라도 알고 생각하며 산다면 산행을 하든 등산을 하든 하산을 하든 나무를 함부러 대하지난 못 할 일이다. 기공은 마치 소시지처럼 생긴 공변세포 두 개가 마주 붙어 만들어진 구멍이다. 공변세포에 물이 들어가면 부풀어서 열리고, 반대로 물이 나가면 찌그러들어 닫힌다. 뿌리가 물을 적게 빨아들이면 자동적으로 공변세포가 부풀면서 기공은 닫힌다. 여닫이는 불과 몇 분 안에 이뤄진다. 공변세포는 물과 이온으로 채워져 있고 물이 드나듦에 따라 아코디언처럼 접히고 펴지는 특별한 세포다
공변세포는 식물 자신의 삶과 죽음과 직결되어 있다. 물이 부족한데도 열면 말라죽고, 물이 부족하다고 계속 닫고 있으면 숨쉬기를 못해 죽고 만다. 따라서 공기와 물의 공급에 따라 아주 민감하게 여닫이를 해야 한다. 실제로 공변세포는 소녀의 어린 마음처럼 매우 예민하다. 수분뿐만 아니라 빛, 이산화탄소, 온도, 호르몬, 화학물질, 접촉, 흔들림, 상처, 전류 등을 감지하여 여닫이에 반영한다. 이런말들은 나무꾼이 쓰면서도 신기한부분이다.
삼복의 한낮, 축 늘어져 있는 호박잎 .깻잎 식물은 이렇듯 잎을 통해 목이 탄다는 신호를 보낸다. 잎이 축 늘어져 있는 모양은 우리들이 입이 탄다는 신호이며 동시에 기공을 닫아 더 이상 물이 나가지 못하게 하는 자구책이기도 하다. 기공이 열리면 마개가 열린 물탱크처럼 물이 나간다. 한 그루의 나무에는 하늘의 별만큼 무한한 기공이 있고 열린 구멍으로 물이 빠져나가 죽게 된다. 잎에서 뿌리까지 이어진 물관에서 물 분자는 끈처럼 연결되어 한 번 밖으로 나가면 끊임없이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60~80m 높이의 나무 끝까지 물이 올라갈 수 있는 것도 기공을 통해 물이 밖으로 나가는 증산현상 때문이다. 빨아올리는 물속에는 양분(주로 광물질)이 녹아 함께 들어온다. 식물은 말하자면 언제나 물에 만 밥(양분)을 먹는 셈이다.
34,~ 36℃를 넘나드는 직사광선아래에서도 나무 밑이 서늘한 것은 그늘 때문이기도 하지만, 잎이 기공으로 물을 내보내는 수냉식 에어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줄기의 지름이 16cm인 나무 한 그루는 24평형 에어컨 한 대를 12시간 틀어놓은 것과 맞먹는 냉방효과가 있다. 수박의 사촌인 콜로신스(colocynth) 잎의 온도는 주위보다 7℃나 낮다. 등나무와 같은 덩굴식물이면서 다래나무 그늘이 등나무 그늘보다 훨씬 시원한 것은 다래나무가 증산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집 주위에 침엽수보다 낙엽활엽수를 심어놓으면 보다 시원하게 여름을 난다. 식물은 매일 동틀 녘 기공을 열고 땅거미 질 때 닫지만 너무 덥거나, 건조하거나, 바람이 심한 날은 한낮에도 닫는다. 열어 놓으면 말라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공을 닫는다고 물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 주변의 소나무가 누렇게 말라 죽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달리는 차의 거센 바람에 의해 억지로 기공이 열려 잎이 수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겨울에만 나타나는 것은 흙이 얼어 물이 잘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물이 모자라면 뿌리가 먼저 경고 호르몬인 아브시스산(abscisic acid, ABA)이나 에틸렌(enthylene) 호르몬을 만들어 잎으로 보내 기공을 닫게 한다. 말하자면 IMF로 실직한 가장이 가족들에게 절약을 호소한 것과 다르지 않다. 잎은 기공을 닫고 직사광선을 피하려고 잎을 늘어뜨린다. 식물은 이렇게 사람에게 물을 달라는 신호를 '시들음'으로 나타낸다. 또한, 상처를 입거나 돌풍이 불거나, 바람에 계속 노출되어 스트레스를 받아도 기공을 닫는다. 기공을 닫으면 물이 손실되는 것을 막지만, 이산화탄소가 들어오지 못해 광합성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식물을 자주 건드리거나 잎을 따는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 인간만이 고해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풍요와 평화 속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도 인간의 횡포와, 자연의 한경이 가뭄과 홍수, 기아의 위험 속에 살아간다. 어쨌거나 하루에도 수없이 식물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기공의 여닫이 운동으로 환경을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하루의 햇볕양이 줄어들고 온도가 내려가면 나무도 겨울 준비를 한다. 게어른 사람들은 아직도 겨울 준비가 덜 될수 있지만 나무는 아마도 지금쯤이면 겨울 준비는 끝이 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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