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여름을 보내면서
짜릿한 여름을 보내면서
여름휴가가 한창인 8월 초가 입추다. 근데 이때가 제일 덥다. 그래서 7월 말일 경 여름휴가를 많이들 가든지 입추가 지나서 가는이들도 있다.
근데 휴가는 왜 가야 하는지? 왜 가는지? 정말 쉼을 얻기 위함인지? 연중행사인지? 도무지 구분이 잘 안가는 분들도 참 많다. 한창 휴가철이라는 7월말 8월 초순 까지 한창 더운 가운데 가을 기운이 입추라는 계절로 일어선다. 이때 들로 산으로 가면 칡 꽃이 한창 피어난다. 아직은 무더위가 마지막 힘을 써 한낮엔 너무 뜨거워 일하기 힘들다.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달게 받으며, 곡식들은 영글기 시작한다. 24절기에서는 무더위에도 자연의 흐름을 읽고 입추라 했으니 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농사를 지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이해가 되는 부분도 생긴다.
이맘때면 태풍이 몰려오고, 큰비가 오는 때다. 큰비가 오고 나면 논밭에 가기 겁난다. 벼가 쓰러지고 꺾이고 곯아빠지고…… 때약 볓에 벼를 세우는 일이란 더더욱 힘이 든다. 하나하나 애지중지 길렀는데. 논둑이 무너지면 이웃과 말싸움도 하게 된다. 논둑 돌봐야지, 김매야지. 고추야, 토마토야 익으면 그때그때 따서 저장해야지. 이제는 조금 옛날 이야기다. 그러나
한창 제철 토마토는 속살까지 익어 탐스럽게 먹을거리가 되고 여름의 보약이 된다.
오이는 하루가 다르게 크게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넉넉한 오이로는 이웃과 나누어 먹어도 남아 오이지를 담근다. 장마 뒤끝에 애박과 애호박, 가지 반찬이 풍성하고 호박잎 따다가 호박잎 국을 끌여먹고, 단 호박이 익었으니 푸근한 그 맛에서 여름과 가을을 느끼고, 왕성한 들깻잎 넉넉히 따서 깻잎김치, 깻잎 찜 그리고 당연 삼겹살이 생각나는계절이다.
고추밭을 돌아 보고 풋고추 따다 멸치 넣고 졸여 먹고, 고구마 대 꺾어다 나물 하여 묻침하면 그 맛은 천하일품이다. 근데 금년에는 산돼지가 먼저 고무마와 옥수수는 수확을 하여 내년을 기약할 판이다.
전국적으로 농사일을 사람은 심고 동물은 밤에 나타나 풍족한 영양을 보충하는 듯하다.
허망하기 이를 때가 없다. 그래서 논과 밭에 허수아비는 예날 이야기고, 맹수 소리는 내는 음향기기와 공사판에서 사용하는 경광등과 호루라기소리를 가끔씩 새들이 놀라 달아 나라고 설치도 한다 하루 이틀은 통하지만 이제는 그것 마저도 동물들이 먼저 알고 놀리는 듯하다.
밭이 아닌 논에서도 경사가 났다. 벼에 이삭이 나와 이삭이 팬다. 5월에 모내기하고, 6월 벼 포기가 자라고, 7월 알차기하고, 이제 성년이 되어 자기 씨를 맺기 시작한 거다. 알이 통통한 포기 사이로 이삭이 나온다. 고개를 내밀고 나와 알 하나하나를 펼친다. 그리고는 이밥 같은 연노란 벼꽃을 피운다. 끼니때면 늘 먹는 쌀밥. 내 몸에 살이 되고 피가 되고 뼈가 되고 목숨이 되는 벼가 꽃을 피웠으니……. 마음이 푸근하다. 도시에 사는 분들은 벼꽃을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 동안 벼 이삭에 흰 솜털 같이 달린 게 벼꽃인 줄 알았더니 그건 벼꽃이 진 모습. 그렇다면 오늘은 진짜 벼꽃이 피는 모습을 보리라.
벼꽃이 그리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동안 벼 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만 보인다. 보고픈 얼굴 기다리듯 저만큼 한번 보고. 다시 눈앞에 이삭을 보고. 어느 순간 벼 이삭에 달린 수많은 알갱이 가운데 하나, 껍질이 반으로 벌어진다. 그 작은 껍질 사이로 하얀 수술이 위로 올라온다. 암술은 보일 듯 말 듯 껍질 속에 있다. 수술이 밖으로 나와서는 하나하나 천천히 추~욱 늘어진다. 자기 할일을 마친 거다. 수술이 다 늘어지니 벌어졌던 껍질이 닫힌다. 얼마나 걸렸을까? 두 시간쯤 되나. 그 사이 벼꽃이 피었다 졌다.
우리가 먹는 쌀 한 톨 한 톨. 이렇게 암술이 꽃가루를 만나 수정을 해 이룬단다. 여름 바람덕분으로 사람 목숨이 태어나는 원리와 같다. 단지 곤충이 아닌 바람이 수정을 시킨다고 하여 풍매화라 한다. 쌀 한 톨이 완전한 목숨으로, 심으면 수백 개 볍씨로 자란다. 제대로 수정이 되어 잘 영글면 바로 쌀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쭉정이가 되고 만다. 그러니 벼꽃 하나는 자기 온힘을 바쳐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하겠지. 우리 논에 벼 포기가 얼마나 많나. 벼마다 이삭이 여러 개, 이삭마다 수십 개 알갱이가 저마다 영글어, 우리 밥이 된다.
벼꽃을 보니 밥 먹고 사는 내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길고 긴 장마에 벼꽃을 피운 벼들이 어찌나 기특한지. 이 벼들 덕에 내가 행복하다. 밭에는 수수가 좋다. 어느새 저리 자랐을까? 고개를 젖혀 올려다본다. 수수 뒤로 파란 가을하늘이 있다. 내가 심어 기른 작물이 다보다 키가 커서 올려다보는 맛. 수수 키우는 맛이다.
행복한 마음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한다.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라 벼는 참새들이 먼저 호시탑탑 노리고 있고, 수수는 비둘기와 이름 모를 새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수수는 그런데로 양파주머니를 구입하여 하나하나 수수열매를 애워 싸서 묶어 두었다. 그래도 참새부부도 비둘기부부도 나를 놀리듯이 저만치서 기다리고 앉아 저들만의 대화로 나를 놀려 대고 있다. 비둘기는 그내 타듯 수수열매를 흔들어 대고 줄기를 쪼아 땅에 떨어 트리기 까지한다.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대책이 없다. 산돼지와 싸우고, 여우와 싸우고, 노루와 고라니와 싸우고, 낮에는 참새와 비둘기와 까치와 까마귀와 싸우는듯하다. 새들과 동물과 싸우는 틈을타 칡덩굴은 나무를 못살게 하고 천하를 제압하려들고 있다. 이제는 칡덩굴과 또 한판을 싸워야 할 것 같다. 또 벌초 시기를 맞이하여 산소를 방문하면 칡나무, 아카시아나무 그리고 잡초들 그리고 때론 벌들까지 나선다. 산다는 것이 참 호락호락 하지 않음을 예고하는 듯하다.
어찌 보면 자연에서는 잘 나고 못 나고가? 예쁘고 안 예쁜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쁜것도 잘생긴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살아 있음만으로도 축복이다. 살아있음이 행복이고 살아있음이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 인간들도 소중하지만 산돼지는 산돼지가 제일 소중할 것이고 참세는 참새가, 까치는 까치가, 비둘기는 비둘기가 소중하다. 모두가 나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인식을 생각해 본다. 싸우다 보니 낮 동안은 여름같이 무더워도 어느새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미 여름의 기운이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언제 추워질지 예측할 수 없다.
1도도 채 안되는 온도 상승에 지구의 기상체계는 뒤죽박죽 변하는 듯 하다.
지구의 해수면이 1961년이후 년간 1.8mm상승한다고 한다.
1991년 이후에는 연간 3.1mm로 상승한다고 한다. 점점 상승속도가 빨라지는 듯하다.
여하간 우리나라 개구리들도 언제 겨울잠에서 깨어나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한다니
여름은 여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우리의 환경을 생각하면서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하자고 이리 황설 수설 했는 듯하다. 모두 이해하시고 자연을 모두 함께 사랑하고, 아끼고, 좀 더 이해하고, 보살피는 마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0년이면 지구상의 개구리가 멸종 될. 수. 도. 있다고 하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촌이,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산촌이 어떤 일이 생길지 무서울 수도 있다. 개골개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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