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행복 자체이다.

일이란 행복 자체이다.  
 
<곤충기>를 써 유명한 파브르는 일하는 것만이 살고있는 증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일을 안 하거나 못하는 것은 죽고 있는 증거란 말인가!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는 작곡가가 작곡을못하면 죽어 마땅하다고 했다.
그럼 시를 못 쓰는 시인도 그림을 못 그리는 화가도 건축을 못하는 건축사도 모두 다 죽어 마땅하다는 그 말인가!
드뷔시의 귀에 손바닥을 갖다 대고 정말 그런가?” 소곤소곤 다시 한번 물어볼 필요도 없이, 일 못하는 사람은 꼭 죽어 마땅하고 죽어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일이란 그만큼 중요하고 특히 전문가의 일이란 보다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사람 기술자격을 상실한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일 것이다. 마치 용도가 더 이상 필요치 않은 물건을 폐기처분하지 않을 수 없듯이 더 이상 일거리가 없어 쓸 데가 없어진 인간은 그 존재가치 자체가 희미해진다는 소리일지 모른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라는 이름을 대면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독일 청년들을 대놓고 명언중 명언을 날렸다.
내가 청년 제군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세 마디 말이다.
 
"일하라!

더욱 일하라!
끝까지 일하라!"

이 명언 중 청년 제군에게노인 제위에게로 바꾼다면 어떨까.
그런다 해도 전혀 변색되거나 달라지고 망가질 명언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귓속까지 파고들다 못해 폐부까지 파고드는 가장 실감 나고 절실한 명언이 될 것이다. 청년들이야 모두들 어디서 무슨일을 어떻게 하든 일들은 하게 되고 하고들 있겠지만 노인들이야 청년들처럼 그렇지가 못하지 않은가. 노인들 누구나가 일에 파묻히든 매달리든 시달리든 무엇인가 일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비스마르크의 명언 일하라! 더욱 일하라! 끝까지 일하라!’에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명언을 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격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한창 일하는 도중이라면 어떻게 죽은들 좋다.” 일에 열중하고 몰입해 있다가 팍 쓰러져 죽는다면 어떻게 죽어도 좋다는 뜻이다. 그럴까!
 
예로부터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고종 명을 오복의 하나로 쳐왔다지만 살 만큼 살다가 일 속에 파묻히고 몰입한 채 그대로 죽느니만은 단연코 못할 것이다.
그 일이 보람차고 창조적인 일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80 현역이니 90 현역이니 하는 말처럼 근사하고 부러운 말은 드물 것이다.
물론 80이니 90이니 하는 숫자 자체가 부러운 건 아니다.
80+현역,
90+현역으로 나이에 현역이 붙어야만 그런 숫자는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고령에도 은퇴하지 않고 아직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멋쟁이 노인 말이다.
노련이니, 노숙 또는 노 대가라는 어휘 또한 그런 고령의 현역들을 위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성경에선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다.
 불교에서도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말들은 일을 하지 않으면 꼭 먹지 말라반드시 먹지 않는다는 경계와 충고의 뜻만은 아닐 것이다. ‘농부가 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백일 동안의 양식이 줄어든다는 말도 있듯이 일을 안 하고 놀고먹으면 그만큼 얻는 것이 없고 대가가 없고 보수가 없어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하는 즐거움과 일하는 복락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 그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손해라는 뜻일 것이다.
 
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
일처럼 줄거운 시간은 없다.
일처럼 행복한 마음은 없다.
일처럼 감사한 노동도 없다.
일거리 많은 것은 축복이다.

 
층생첩출(層生疊出)이라는 말이 있다.
일이 겹치고 자꾸만 쌓일수록 그 인생은 즐겁지 않을 수 없고, 눈 앞에 할 일이 태산 같을수록 그 인생은 즐겁지 않을 수 없다.
그 즐거움은 단순한 즐거움, 이미 예견되고 정해진 정도의 그런 즐거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많은 일을 후회 없이 여한 없이 유감없이 원만하고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냈을 때의 즐거움은 상상도 할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데 그 태산 같은 일,
산더미처럼 쌓인 일, 하고자 하고 바라는 층생첩출(層生疊出)의 모든 일을 하나도 빠뜨리거나 생략하지 않고 마음껏 몸껏 모조리 깡그리 유감없이 완벽하게 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일 다 하고 죽은 무덤은 없다는 속담까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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