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이 단단한 다리

나무 같이 단단한 다리
 
한 주일에 한번 정도 산을 오른다.
산의 정상까지 600고지 내외지만 나무꾼의 삶 안에 산이 가득하다.
산의 정상이 우리나라는 1,000고지 미만이 대부분이지만 나무꾼의 마음엔 너무나 아름다운 산이고 누구나 산을 사랑하기에도 산의 도움을 받기도 참 편안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산행을 하기에는 매년 해가 갈수록 정이 든다.
 
내가 오르는산 올라갈 땐 앞산이다.
내가 내려 오는산 내려올 땐 뒷산이다.
물론 옆을 돌아보면 왼쪽 산도 오른쪽 산도 볼 수 있다.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올라갈 때는 산의 고지마다 다소 다르지만 대충 5~6,000보 내외 같은 길을 올라간 길을 내려 올땐 7~8,,000보 내외이다.
오름길 5~6.000보를 걸으면 땀이 나기 시작하고 내림길 7~8,000보를 걸으면 땀이 식는듯하다.
 
5~600보를 걸어며 산정상 까지 왔는데 눈으로 본 나무들의 기억은 하나도 없다. 땅만 보고 걸어왔고 하늘만 처다 보며 온듯하다. 아니
시계만 보며 보측만 셈하며 남은 거리 얼마나 남았는지 열심히 올라오기만 했나보다.
인생도 앞만 보고 달려왔는지 지난 시간이 추억만 주마등처럼 스처지나간다.
무릅 아래 장단지는 벌써 산을 안고 나무를 안았는지 장단지는 단단하다.
산을 오르내리며 맛난 향기 맛난 공기 향기로운 땀 내음 아니 스스로 땀방울이 대견스럽다. 자랑스럽다. 입은 말라도 가슴과 머리는 시원하다.
 
목이 마른다.
나무에게 애걸해도 나무들은 나무꾼 줄 물은 없는듯하다.
나무들이 600고지, 700고지 1,000고지까지 물을 올려 내뿜어주어 대기 습도를 조절해 주건만 고맙다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단다.
나무들은 600고지, 700고지 1,000고지까지 공기를 정화하고 미세먼지를 걸러주고 맑고 깨끗한 산소를 내어 주어도 고맙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단다.
나무들은 600고지, 800고지 1,000고지까지 몸에 좋다는 테라핀, 음이온, 피톤치드, 숲의 향기로운 여러 물질 들을 내어 주어도 사람들은 물 한 방울 선물 없다.
야박하다. 무엇이 그리 좋아 산을 찾았는지 산이 좋다고 나무가 좋다고 말만 하지 산이 좋다는 표현 나무들이 좋다는 사랑의 표현과 사랑의 몸짓은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산은 말이 없다. 그래서 나무도 말이 없다.
그래도 나무와 나무꾼은 마음으로 알고 있고 눈치로 알고 있다.
옛 어른들이 나이 60이면 며느리 치맛자락 흔들리는 소리만 들어도 며느리의 기분이 좋은지 화가 났는지를 안다고 한다. 나무도 그 정도 이상의 눈치는 있다.
 
나무는 말한다.
산길을 내려갈 때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위험하면 넘어지고 굴러지 않도록 나무를 잡으라고 그리고 천천히 내려가라고 걱정이다. 산을 오를 때도 산을 내려갈 때도 나무는 그리 온몸을 내어 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짚은 지팡이가 나무 지팡이다.
미안하다.
나무는 죽어서도 이리 고맙다. 사랑스럽다. 감사하다.
어느 듯 산에서 내려와 평지를 만나자 종아리가 단단해 짐을 느낀다.
산을 다녀온 나무들의 를 느끼는 시간이다.
다음에 산을 오를 때는 산에 가면 갈수록 가지고 갈 물건들이 늘어난다.
다음에 산을 오를 때는 산이 덜 아파할 신발을 신고 다녀와야 할 것 같다.
다음에 산을 오를 때는 안전을 생각한 최소한의 복장으로 가야겠다.
다음에 산을 오를 때는 혹이나 환자를 위한 약간의 상비약을 준비해야겠다.
다음에 산을 오를 때는 물 한 병 더 들고 정상까지 가야겠다.
다음에 산에 오를 때는 언제나 고체비료 몇 알 미리 준비하여 가야겠다.
다음에 산을 오를 때는 든든하고 작은 비빌 봉지 하나 들고 다녀와야겠다.
자기 양심을 버리는 자들이 아직도 한 두명 쯤 보인다.
내가 아닌 남이 볼까!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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