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길 은행나무
종로길 은행나무
2018년1월 30일 종로를 걷다가 들은 이야기가 있어 종로 길 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무슨 일이든 수십 년을 하면 그 분야의 박사가 된다는데 나무꾼은 30년을 넘게 나무일을 해와도 내가 하는 일에 박사가 아니고. 밥사고, 술사고 이다. 아직도 나무에게 배울 것이 내가 아는 지식의 99%가 부족 한 듯한 마음이다.
여하간 종로에서 자리를 깔고 앉아 3년을 지나가는 사람만 보와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 사람은 어디를 가는지? 뭐하러 가는지? 걸음만 보아도 저 사람은 무엇하러 가는지? 저사람들은 왜저리 바쁘게 가는지? 이 사람은 왜 이리 천천히 가는지? 표정을 보면 무슨 일로가는 지를 알아 마출 정도로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터득한 지식과 예견으로 느낌으로 요즘은 유명한 설문 설답을 하시는 어느 **스님을 인터넷으로 보고 좋은 말씀도 듣고 배우기도 한다.
그래서 종로에 수십년을 서있는 은행나무가 더 애사롭게 보이지를 않았다.
은행나무는 매일 그 자리에 밤낮없이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아왔다. 아마도 내가 알기로도 35년은 그 자리에서 오가는 사람을 밤낮없이 보고 또 보았을 것이다. 지금도 보고 있다. 추워서 종종걸음을 걷는 사람, 약속시간에 쫓겨 뛰어가는 사람, 밥을 먹으로 식당을 찾는 사람, 문고에 책을 사러가는사람,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 이성간에 애교를 뜨는 사람. 고개를 숙이는 사람, 고민을 하는사람, 인상을 쓰는 사람, 활짝 파안대소를 하는 사람, 연인들과 함께 손을 잡고 가는사람, 거래처로 만남을 가는 사람, 면접을 보러가는 사람,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약속도 참 가지가지다. 심지어는 나무 가까이 와서 침을 뱉고 가는 사람도 있고, 담배 꽁초를 나무에 비벼 끄는 철따구니 없는사람도 아직 있다. 그래도 옛날 보다는 많이 사람들이 착해 보인다. 예절도 있고 ,교양도 있는듯하다. 나무는 사람들의 침을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다. 나무는 껍질 덕분에 담배를 비벼 끄도 괜찮다. 나무도 화는 나겠지만 나무는 말이 없고, 표정이 없다. 나무는 화도 내지 않고 고함도 지르지 않는다. 겨울이라서 그럴까? 나무는 춥지도 않은지 떨지도 않는다. 하루 종일 서 있어도 지치지도 않는다. 이 추운 날 만취한 어떤 이는 나무에게 욕을 하고, 어떤 이는 나무에게 다 토하기도 한다. 나무는 그래도 말이 없고 표정도 없다. 투덜거리지도 않고 고함을 지르지도 않는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지 나무도 누구를 기다리고 서있는 것은 분명하다. 비가 왔을 때 나무가 있던 곳은 물이 고이고 앞집 음식점에서는 설걷이 물을 버리기도 한다. 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린 덕분에 뜨거운 물을 부어도 찬물을 부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까 눈이 내려도 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잘도 견딘다.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무는 많은 생각을 한다. 봄이 오기를 생각하고 여름이 오기를 기대 할 것이다. 그리고 낮에 헤어진 나무꾼을 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종로의 가로수 나무들은 공해 속에서도 차량의 매연속에서도 미세먼지 속에서도 자신의 걱정보다는 오히려 양심없고, 관심없고,대책 없는 사람들을 걱정하는듯하다.
나무들이 사람들을 걱정하는 이 사랑에 대하여 나무 대신 나무꾼이 이야기한다. “나무의 사랑을 ”
나무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여러 해의 봄눈을 맞으며 여러 번의 진실한 사랑을 했다. 나무는 여러 해의 여름 꽃을 피우며 여러 번의 진정한 사랑을 했다. 가을에 열매가 인도에 떨어져 지나가는 행인에게 밟히는 고통과 뚱보의 발밑에서 생명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도로에 떨어저 지나가는 차바퀴에 생명을 잃어도 낙심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불행이 닥아 오지 말기를 기도 할 뿐이다. 하지만 모두 떠나가 버린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무는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떠나가는 것들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나무를 사랑한다는 나무꾼도,나무아래서 애정을 약속하든 연인도, 가지에 않아 더 많은 약속을 하든 참새까지 말없이 나무를 떠났고 나무는 떠나가는 나무꾼도 떠나가는 연인도 날아가 버리는 새도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였다. 그래도 나무는 말이 없을 뿐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이 왜 오고, 왜 가는지? 나무는 알고 있다. 단지 사람들에게 비밀을 지켜주며 자연의 섭리에 따르고 나무만의 법도로 살고 있을 뿐이다. 나무는 나無(무)가 아니고 나有(유)이고, 내 마음속의 너다.
너는 우리 모두의 나무이고, 나는 너에게 작은 하나의 생명체일뿐이다. 나무는 생태계의 보물이고 은행나무가 서있는자리가 생명의 성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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