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장을 다녀와서

졸업식장을 다녀와서

  오늘 ㅇㅇ 대학교 학위수여식이 있었다
 교정에 들어서니 좌우 두 줄로 나란히 선 나무들이 축하 마중을 한다 고맙다.
나무 없는 학교는 없지만 이곳은 히말라야시다 나무들이 줄을 서서 졸업생을 맞이한다.
이 추운 겨울 아직도 영하권인데 졸업을 축하하는 꽃들도 나무 밑으로 줄지어 서서 마중이다.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는 추운지방에서 이사 와서인지 추위에도 멋있고 아름답게 잘도 자랐다.
목련들은 아직도 겨울잠에 취해서 눈을 뜨지 못하고 졸업식 학생들의 소란에 어리둥절하다.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다시 배움의 터에서 궁둥이 먼지 털어버리고 일어나듯 새 출발이다.
이제는 학교 대신 사회로 나아가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결단식 같다.
졸업하는 학생들의 각오를 격려하고 다독이듯이 나무들도 겨울잠에서 많이 일어 난듯하다.
 
교정의 나무들은 봄마다 한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각오로 모두가 새싹을 티 운다
나무들이 봄에는 뾰족하게 새싹을 내 놓고 새로운 한해를 준비한다.
나무들이 여름에는 큰 잎을 달아 새들과 매미의 놀이터와 집이 되어 주기도하고 먹이도 된다.
나무들이 가을에는 빨강 노랑 열매를 매달아 사람에게 동물들에게 선물로 건네준다.
나무들이 겨울에는 영하의 온도에도 모진 비바람을 맞고 눈보라를 못 이겨 모두 말라 죽은듯한 생명 이였다 그러나 나무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햇빛과 바람을 받아 안으며 나무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 움직일 수 없고 말할 수도 없지만 불평하기보다 사색의 자세로 환경에 순응하며 기다린다.
오늘은 졸업식장에서 나무들과 아이들을 생각해 보았다. 나무처럼 잘 견뎌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 졸업하는 학생들은 긴 겨울 혹한을 잘 견디어 내고 초록 새싹을 단 봄의 나무라 하고 싶다. 단 하루도 누워보지 못하는 늘 서서 잠을 자야 하는 나무는 더 넓은 세상을 보려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생이라면 누가 공부에서 단 하루도 자유로와 하였겠는가? 아이들이 나무 같다는 생각이다. 힘이들 때는 나무를 생각해보라 어려울 때 닉부이치치를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다. 모진 비바람에서 슬기롭게 몸을 지켜내며 희망으로 초록 잎을 내는 나무들처럼 열심히 산다면 언젠 가는 나무들처럼 하늘은 어느 날 좋은 열매로 보상으로 내어줄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할 일 도 많아지므로 그 귀한 순간순간을 지나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사실이다. 옛날엔 한번 배운 것을 102030년을 쓰 먹어도 탈이 없지만 요즘은 자고 나면 세상이 다른 세상이다. 역사를 이야기 하면서 살만큼 낭만적이지도 못하다. 미래를 계획하고 지금을 충실히 살기에도 바쁘다, 천천히란 말도 사라진다.
언론과 방송은 더 자극적이다. 더 과장적이다.  거품이 하나면 열개 같이 보도하는바르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다.
좋은것을 과장하고 좋은것을 더 충실히 진실되게 보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나무꾼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사람의 삶이 고독을 넘어 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길이 꼬불꼬불하지도 않다. 좁은 길도 없다. 고속도로, 고속철도, 고속 경제 덕분으로 물질의 풍요 속에서 고운 정서를 다스리기에는 험난한 고개고개가 아니라 절벽이 눈앞에 와있다. 눈 깜빡하고 망설이면 낭터러지가 아니라 절벽에 부딪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부딪치면 큰 상처를 입거나 크게다칠수도 있다
오늘 졸업하는 학생들이 이 땅에 영원히 푸른 나무로 살아가기를 기도하면서 또 하나의 만남을 위한 서로의 노력도 이어져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정작 오늘의 이 깨달음을 졸업생이 아닌 철지나 얻은 것은 철이 들든 나무꾼 이였다.
내가 마치 초록나무로 다시 태어난 듯 소망이, 희망이 가슴을 뛰게 한다. 사람은 저마다 한 그루 나무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오늘 학교를 졸업하는 나의 아들이 이 땅에 영원히 푸른 나무로 살아가기를 기도하였다. 교정 정원에 우아한 자태로 드리운 히말라야시다 나무처럼. 꽃봉오리를 내미는 목련나무처럼, 아직도 외면하고 모르는척하는 잠자는척하는 느티나무들이지만 나무들 모두가 따듯한 배웅을 잊지 않았다. 고통을 인내하는 것처럼, 행복은 달콤함을 주지만 시련은 자신을 강하게 지켜준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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